일상이야기/임신,육아 기록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경자의하루 2023. 11.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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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120일 만에 친정에 혼자 다녀왔다.

 

지금 남편과 살고 있는 집은 판교. 친정집은 대전.

출산 후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친정부모님이 아기를 보러 판교집에 한번 오셨었는데, 왔다 가신 후 아버지가 감기가 심하게 걸리셔서 아프셨다. 아프시고 나서는 이제 아버지가 혼자 운전해서 오시기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못 올 것 같다고 하셨다.

(엄마는 운전을 못하셔서 아버지가 혼자 하셔야 한다.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사람이 많아 불편하다고 싫어하신다.)

그 뒤로 아기 백일잔치를 집에서 했는데, 친정 부모님은 못 오시고 시댁 식구들만 오셔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시댁도 강원도에 사셔서 거리상으로 양가 모두 멀지만 시댁에서는 아기를 보고 싶어서 자주 오시려고 하시기 때문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원래 '내년 설 쯤에는 아기도 어느 정도 크니까 양가 부모님 댁에 방문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차를 안 사기로 결정하고 나서 아기와 함께 부모님 댁 방문하는 것은 내년 말쯤에나 가능할 것 같아 남편이 주말 모두 쉬는 이번주에 나 혼자 친정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주말에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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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편과 중고차를 살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지금도 차 한 대가 있는데,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면서 차가 제대로 안 나가는 현상이 종종 생겨서 위험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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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한테 주말에 간다고 연락을 드렸는데,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너 없으면 사위혼자 어떻게 아기를 보라고 오니, 오지 마. 엄마가 자리를 비우면 아기한테 꼭 무슨 일이 생겨."

내가 생각했던 반응은 이게 아닌데...? 

'애기 보느라 힘들어서 그래? 집에 와서 좀 쉬고 가.'라는 반응을 기대했던 나는 처음에 무지 서운했다. 

아기를 낳으면 24시간 내내 엄마가 봐야 하는 거야?

그럼 나는 힘들 때 어떻게 해? 의지할 데가 없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기가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에 친정엄마가 그렇게 얘기했다는 걸 알아서 섭섭하더라도 오랜만에 부모님 보고 싶으니까 다녀오기로 했다. 다음날 친정아빠가 나한테 전화하셔서 '주말에 온다고 했다며? 엄마가 너 먹을 거 해준다고 장 보러갔어~'라고 하셔서 금세 섭섭한 마음이 풀렸고, 다시 엄마한테 고마웠다.

 

그렇지만 내가 처음에 집에 간다고 했을 때 "집에 와도 돼? 엄마는 네가 오면 좋지만 사위 혼자 아기를 잘 볼 수 있을까 걱정 돼. 둘이서 잘 상의해 보렴. 그리고 집에 올 수 있으면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엄마가 장 봐놓을게."라고 말해주셨다면 처음부터 서운한 마음이 없었을 텐데.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친정집에 도착. 오랜만에 집에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실 집에서 혼자 육아하면서 요새 뭐가 힘들었는지, 또 한편으로 어떤 면은 아기를 키우면서 부모님이 생각났고,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대화주제는 대부분 아빠 형제들과의 갈등관계, 이 문제에서 부모님의 입장차이에 관한 얘기였다.

알츠하이머이신 할머니를 돌봄에 있어서 친정아빠 형제들끼리 갈등이 있고, 이 문제에 있어서 아빠, 엄마의 생각 차이도 있어서 서운한 부분이 계속 쌓였는데, 서로 대화가 잘 안 되다 보니 딸인 내가 왔을 때 각자 섭섭하고 힘든 부분에 대해 너무나도 얘기하고 싶으셨나 보다. 

 

'내가 이렇게라도 와서 부모님이 그동안 힘들었던 점도 이야기 하시고 집에 잘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난 항상 내 이야기를 부모님께 못하는 것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 학생 때에도 항상 집안문제가 있어왔고 집에 갈 때마다 친척들과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입장이어서 내 이야기는 부모님께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눈 뒤, 밖에서 20년 지기 친구를 만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다. 

나는 육아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 친구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서로 얘기하면서 부모님과 못했던 대화를 실컷 하고 나니 그제야 기분이 많이 풀리고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친구와 대화를 실컷 나눈 후, 같이 집에 가서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친구와 우리 부모님과 넷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도 대화의 주제는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 이야기.

아버지는 학원 차량 운전 일을 하시다가 최근에는 여러 기사님들의 운행 일정, 고용 등을 담당하시는 팀장 업무를 맡게 되셨다. 아빠는 그 업무에 대해서 자부심도 높고 책임감도 크신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고, 당뇨까지 생기셔서 딸인 내 입장에서 그리 좋진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아 건강만 해치지 않고 다니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학원일 얘기와 함께 사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학원은 대전지역 중에서도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보니 한 달에 애들 교육에만 300~400 만원 이상씩 쓰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나는 아직 아기가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쓸 생각이 없다.

나도 사교육을 받아봤지만 이해력, 사고력이 키워진다기보다는 누가 더 빨리, 많이, 정확하게 답을 외우느냐인 것 같았다. 

또, 정말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답이 없는 문제에 나의 논리와 생각을 더해 자기만의 정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아기를 키우면서 국민 장난감이라고 다 사지 않고, 아기들 교육에 좋다는 프레벨, 몬테소리 같은 것들도 아직 들일 생각이 없다.

다들 똑같은 장난감과 책으로 놀고 교육받으면, 결국 다 똑같은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을까?

우리 아기는 정형화된 장난감, 책 대신 주위에 있는 물건을 장난감 삼아 놀면서 자기만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 

 

어쨌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다.

대화하는 도중에 엄마, 아빠가 하고 싶으신 말을 하시면서 내 이야기는 계속 끊어졌다.

친정엄마는 '네가 아기가 아직 어려서 그러는 거지 좀만 커봐라 공부 못하면 바로 학원 보내지.' 라고 얘기하시고,

친정아빠는 팀장으로서 학원일이 얼마나 바쁜지, 우리 학원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기 바쁘셔서...


 

이렇게 집에서의 주말을 보내고 다시 아기를 키우는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아기를 보면서 나는 어떤 부모님이 되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을 많이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해본 적이 없고, 부모님께 기대거나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 다짐했다. 

내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는 딸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그리고 친구 같은 엄마보다 엄마 같은 엄마,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너만의 이야기가 있는 꿈을 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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