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인해 시간을 낼 틈이 없어 두서없이 써보는 글입니다 😅
초산은 '40주 지나도 소식이 없을 수 있다, 대부분 예정일 지나서 나온다' 라던데
우리 아기는 빨리 세상에 나오고 싶었는지 38주 0일 되던 날 세상에 나왔고, 그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여유롭게 짐볼 운동, 산책을 하면서 느긋하게 예정일을 기다리던 어느 날..
당일 병원에 가서 출산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앞으로 육아하려면 긴 머리는 힘들 테니 중단발로 잘라야겠다 생각해서 남편이랑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 분께 이제 출산 2주 남았다, 떨린다 수다 떨고 (미용실 다녀온 것 신의 한 수! 곧 출산한다면 긴 머리보다 중단발 추천! 감을 시간도 없어요 ㅠ)
저녁에는 남편과 집에서 영화 한 편 보면서 평화롭게 과자를 먹다가 급 출산한 이야기

유일했던 출산조짐: 양수인가 아닌가 헷갈리는 소량의 물
전날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첫 내진을 하고 소량의 피가 조금씩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그럴 수 있다고 미리 얘기해 주셔서 크게 신경 안 씀
(내진은 아팠지만 견딜만한 정도였음)
그런데 피가 멈추고 나서 밑에서 물 같은 게 소량 나옴 (패드는 차야할 정도)
계속 나오는 게 아니라 걷다가 울컥? 하면서 한 번에 소량 나옴
양수인가? 애매한데..라는 생각에 생리대를 차고 남편이랑 스벅에서 놀다가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고 밥 먹고 집에 옴
집에서 영화 보다가 손발 붓기 때문에 누워서 쉬고 있는데 또 소량의 물이 나옴
이때가 세 번째로 물이 나온 건데 밤 9시 넘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늦었는데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남편이 찝찝하면 그냥 가보자 해서 택시 타고 병원으로 출발~~
(참고로 내가 다닌 산부인과는 분당제일여성병원임)
병원에서 양수검사 도중 진짜 양수가 터졌다
산부인과 도착하니 차고 있던 패드를 달라고 해서 양수검사 진행
-> 리트머스 종이 같은 걸로 적셔서 색 변화를 확인하는 것 같음
양수반응이 안 나온다고 직접 종이를 질에 넣어서 다시 검사했는데 또 아닌 거 같다고 해서
다행이다 집에 가면 되나 했는데 오신 김에 정밀검사 (태동 등?)하고 가시라고 해서
병원 침대에 누워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음
그런데 갑자기 아래에서 따뜻한 물이 왈칵 소변양보다 더 많이 주룩주룩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양수예요?라고 물을 필요도 없이 초산모인 나도 양수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이랬으면 엄청 당황했을 텐데 병원에서 양수가 터져서 평화롭게 양수 터짐을 받아들임🙂)
바로 간호사님 호출했더니 양수 맞다고 출산준비하자고 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 소식 알리고 갑작스러운 출산준비가 시작되었다.
양수 터졌다고 바로 출산이 진행되진 않았다
양수 터진 게 7/15 토요일 밤 11시쯤이었는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병원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양수만 안 터졌어도 집에서 최대한 쉬다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아기들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 낳게 될까 오늘 진짜 아기가 나오는 건가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한숨도 못 잤다. 근데 옆에서 남편은 쿨쿨 아주 코까지 골면서 잘 잠)
처음에 아무 고통이 없었는데 새벽 3시쯤 되자 진통이 시작됐고 진통이 오면 배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면서 양수가 왈칵 나오는 걸 보니 자궁 수축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때 자궁문은 1센치 정도 열린 상태였다 (전날 내진 했을 때도 이 정도 열려있다고 했음)
진짜 오늘 출산하나? 유도분만 시작
새벽 4~5시 진통이 점점 심해졌고
새벽 6시에 병원에서 유도분만 수축제를 넣어줬다
유도분만 수축제를 넣고 점점 진통이 심해져서
진통의 간격이나 지금이 몇 시쯤 되었는지 체크할 겨를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 남편은 옆에서 코 골면서 자다가 나한테 혼나고🔥 ㅋㅋ
자궁문이 어느 정도 열리면 제모와 관장을 하게 되는데
(출산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야 해 줌, 간호사님이 봤을 때 당일 출산가능 하겠구나 판단되면 해준다고 함)
관장하고 10분 정도 참고 화장실 가라는데 나름 참을성이 많고 변의를 잘 참는 편인데도 1분 만에 신호가 오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더 참으려면 화장실 가서 참는 게 좋다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제발 내진 좀 해주세요😱
진진통이 시작되자 너무 아파서 진통 올 때마다 미리 연습했던 라마즈호흡법을 했는데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상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강한 고통 ㅠ
(출산준비 중인 임산부라면 아래 영상 보고 출산 장면 상상하세요. 도움 많이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FIZHgFzq_k
너무 아파서 무통 놔달라고 내진을 요청했는데 아직 3센치라고 더 기다리라고 했다
초산모의 경우 자궁문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예상해서 봐줌.
따라서 요청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봐주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아파서 진짜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내진을 요청했더니 간호사님이 "아직 멀었을 건데..." 하면서 봐주시다가 4센치 다 열렸다고, 가족분만실로 옮기자고 했다
(나는 처음에 자궁문 열리는 속도가 엄청 느렸다가 뒤에 갑자기 빨라진 케이스였다.
따라서 너무 아프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바로 내진을 해달라고 하자!)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
자연분만이라 출산일을 알 수 없어서 미리 코로나 검사를 못했기 때문에 병원에서 해야 한다.
남편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먼저 가고, 나는 휠체어에 실려 간호사 선생님과 따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먼저 검사받으러 간 남편이 검사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휠체어에 실려 오는 나를 봤는데 눈에 초점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
그럴만한 게 나는 그때 실제로 남편이 거기 있었는지도 몰랐고 진통이 너무 아파서 코를 찌를 때도 정신이 없는 상태임😭
가족분만실에서 분만시작
코로나 검사받고 가족분만실 와서 분만실 내부에 있는 개인 화장실을 가는데 아래에 피가 주룩주룩 나왔다.
하지만 진통 때문에 무서울 겨를이 없고 화장실에서 침대까지 몇 걸음 안 되는데 부들부들 떨면서 가지를 못하고 있으니 간호사선생님이 침대까지 부축해 주셨다... 진짜 처음 겪어보는 고통이었다
이때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자연분만을 한다고 했을까. 무통은 언제 맞을 수 있나. 이 두 가지의 반복이다 ㅋㅋ

무통천국 1시간 만에 자궁문이 다 열렸다
가족분만실에 와서 자궁문 열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짐
침대에 누워 허리 쪽에 무통 맞을 준비(주삿바늘을 꽂는 것 같은데 진통 때문에 그건 아프지도 않음)를 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 무통을 맞았다
무통맞고 바로 괜찮아지지는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살만해짐..
근데 무통천국을 즐긴 지 삼십 분쯤 지나자 벌써 자궁문 7 cm 가 열렸고,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내려왔다고 했다
(내 생각엔 무통 맞기 전에 진통이 올 때마다 배에 힘을 줬는데 이렇게 해서 아기가 많이 내려가 있었던 것 같다!
위 라마즈 호흡법 영상을 참고!)
자궁문이 10 cm로 다 열리기까지는 한 시간이 채 안 걸렸다
선생님들이 속도가 엄청 빠르다고 함
그렇게 나의 무통천국은 한 시간 만에 막을 내리고ㅠㅠ 아기 나오게 힘을 주기 위해 다시 무통은 중단했다
(무통을 맞으면 진통이 잘 안 느껴지고 배 쪽에 힘이 확실히 잘 안 들어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중단 ㅠ)
마지막 힘주기
나는 이미 아기 머리가 다 내려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힘주기를 못해서 아기가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면
아기에게 산소가 부족해지고 많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산소 호흡기를 차고 호흡을 엄청 열심히 하기 시작함.
나는 자궁문이 열리면 힘주기 몇 번 만에 아기가 금방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오전 11시쯤 자궁문이 다 열렸는데 힘주기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출산에 관한 영상에서 얼굴에 힘주면 안 된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얼굴에 힘이 안 들어갈 수가 없고..
산소가 부족하면 계속 아기가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고 해서
아기가 빨리 나오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진짜 죽을힘을 다해 온몸에 힘주기를 하고
(이때 옆에서 남편이 감동했다고 함 ㅋㅋ)
양쪽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 배를 힘껏 짓눌러 주신다
진짜 뻥 안 치고 눈앞이 껌껌했다 노랬다가 하고(정말 앞이 안보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마지막 힘주기 끝에 아기 나왔어요~라는 소리와 함께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출산 스토리는 여기까지!
벌써 출산을 한지 한 달 반이 지나서 기억이 약간 흐릿해졌지만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 그날의 기억이 돌아와서 기분이 묘하다.
출산이 제일 힘들 줄 알았던 나는 육아를 해보면서 그 뒤에 더 힘들어지는 날이 많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육아 자체가 힘든 것도 있지만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감정 기복이 진짜 심해진다..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아빠들이 나의 글을 보고 간접적으로 출산을 경험하면서 더 잘 준비했으면 하는 마음이고,
앞으로 육아하면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도 차근차근 기록해 봐야겠다 :)
아기가 울기 시작해서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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